그렇다. 취직한지 1년이 지났다... 이제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원천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종합소득세 업무를 모두 할 수 있게 되었다. 4대보험 업무는 덤이다. 1년도 안된 나에게 별별 업무를 다 시켜주신 대표님 덕분이다.
뭐든 해봐야 금방 배운다는 신조를 가지고 계시기에 업무를 밑도 끝도 없이 주시는 분이다. 솔직히 아주 좋지는 않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신고 대리까지 합하면 거의 100개 가까운 거래처를 맡고 있다. 아... 1년도 안된 사람에게 이게 맞는 건가 싶었지만, 이제는 1년을 채워버렸으니 그러려니 하고 있다.
그래도 월급은 올랐다. 그동안 워낙 적게 받아서 이제야 일반적인 수준이 된 거지만.
꽤 멀쩡해졌다. 절망에서 좀 빠져나온 느낌이랄까. 하루하루 집중해서 버티는 것이 몇 개월 전이었고, 다른 사람한테도 별로 흥미가 없었고. 취미도 없어서 인생이 재미 없었다. 그래도 노력해서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되찾고, 삶의 의미를 잃었다고 해서 꼭 삶을 포기해야한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뭐 그랬다.
회사 분위기가 막 딱딱한 편은 아니라서 마음 편하게 다니고 있다. 팀장님도 좋은 분이고... 사실 직원 분들 중에 내 입장에서 아주 이상한 사람은 없다. 오히려 내가 이상한 사람인 편이겠지.
진짜 이상한 사람은 보통 거래처에 포진해 있다. 망할... 나한테 이상한 거래처는 다 온다. 심지어 거래처 측에서 나를 지명해서 담당자를 바꿔달라고 한 경우도 많다. 이상한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 잘 안다고 했던가... 아직까진 잘 대처하고 있다. 사실 이상한 사람을 잘 대응하는 이유는 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려니 하니까, 그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알고 적당히 잘 대응하게 된다. 그러면 상대는 아주 만족해 한다.
별별 사건들을 다 겪어왔지만, 이런 평온한 삶은 내가 딱 원하던거다. 옛날이었으면 절대 만족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행복이란게 그렇게 대단한게 아니란 것은 진작에 느끼고 있었기에, 이미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