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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2021. 8. 31. 14:15 - MunJunHyeok

 오늘은 나의 동생이 삶의 여명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청춘조차 등진 채 떠난 지 28일이 되는 날이다. 사람마다 세상이 떠난 가족이 가장 그리워지는 때가 다르다곤 하지만 우리 가족이 공통적으로 그 빈자리를 느끼는 때는 바로 함께 식사할 때 인 것 같다. 혼자 식사할 때도, 친구와 식사할 때도, 가족과 함께 식사할 때도. 슬픔을 이겨내려고 맛있는 것을 사와서  먹고 있자면, 항상 우리가 식사를 다 마칠 때 즈음 침대에서 자기도 달라며 엄마를 부르던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기분이 드는게 아니라, 정말로 들린다. 가족을 잃고 남은 가족이 자주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인 환청이다.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없으니 뇌가 착각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뇌가 착각하는 경우는 또 있었다. 하루는 지독한 악몽을 꾸고 새벽 2시경에 퍼뜩 깨어난 적이 있다. 동생이 떠나가는 꿈이었는데, 일어나고나서 그저 나쁜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시 안도한 적이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내가 꾼 꿈은 꿈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닌 현실이다. 안도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현실을 직시한다.

 

 이성은 이제 해야 할 일을 해야한다고, 이제 잘 보내줘야한다고 외치지만. 항상 마음은 뇌의 명령을 따르지 못한다. 즐겁게 살려고 하며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조차 잊고 즐거움을 느끼며 살지만. 신나게 놀고 난 후, 그 충만한 기쁨과 정확히 비례하게 항상 마음 속 어딘가는 순수한 슬픔이 찾아온다. 이렇게 순수한 슬픔은 느껴본 적이 없다. 그저 참지 않고 울어버릴 뿐이다.

 

 이러한 종류의 슬픔은 위로할 수 없다. 문제란 이해할 수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당사자 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부류이다. 하물며 타인이 이 문제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온전히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스스로조차도 어쩌면 평생 동안 노력한들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저 내 옆의 믿을 수 있는 누군가. 가족이든, 친구이든, 연인이든. 그들이 나를 일으켜준다. 상처를 치유해주지는 못해도. 다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술 맛 한번 보지 못하고 떠나간 나의 동생. 술 맛은 보여주고 싶었는데. 너의 상태가 잠시 괜찮아졌다는 소식을 듣고 할머니께서 너 주려고 밤새 싸주셨던 반찬을 맛보지도 못하고 가져가려고 한 그 날 새벽에 떠나갔구나. 밥이라도 먹고 갈 것이지. 올 추석이 너의 49재라더구나. 체감 상 1년은 지난 기분이건만. 아직 그 정도 지났다. 시간이 정말 안 가는 구나.